1. 부조리 하지만 현실에서는 목소리 크고 무식한 놈이 이긴다.

전시 내각을 휘어 잡고 있던 육군 수뇌부의 입김이 결국 미국과의 일전을 결심하게 만들고 미국과의 전쟁에 회의적이던 해군도 육군의 기세에 눌려 슬금슬금 전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적나라 하게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2. 엘리트 교육의 폐해

군국주의 일본 소년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에다지마" 해군 병학교
 
비록 가난한 수재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 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장교들을 길러낸 요람이기는 했지만 "해먹넘버"로 일컬어지는 철저한 성적위주의 교육과 하급자, 후배들에게 가해지는 무자비한 폭행, 가혹행위, 일본 해군의 카스트 제도로 불리우는 철저한 계급우위의 경직된 인사체계의 초석을 놓음으로 인하여 그 장점들을 다 상쇄시킨 실상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저자 하라 다메이치의 이런 행태에 대한 비판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습니다. 마치 극동의 어떤 나라처럼 소수의 선각자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악습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행태도 놀랄 정도로 똑같았습니다.)   

3. 해군의 딜레마

제가 지난 번에 쓴 글에서 언급 했듯 진주만 공격부대를 지휘했던 나구모 주이치 제독도 미국에서 수학하며 미국의 산업생산력을 비밀리에 연구했던 사람으로서 미국과의 전쟁에 회의적이었으나 진주만의 대성공과 필리핀 침공, 영국의 리펄스 , 프린스 오브 웨일스 함의 격침으로 사기가 오르자 자신들의 성공에 도취되어 결국 미드웨이 해전의 패배를 맞이 하게 됩니다.

4. 우수하고 용감한 군인일수록 먼저 죽는다.

한때 태평양 전역을 호령했지만 미드웨이의 패전과 과달카날 해전 (남태평양전역)으로 승기가 꺾여버린 일본해군. 계속되는 전투와 압도적인 적의 물량공세에 하나하나 태평양의 심연속으로 사라져 가고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를 거듭하는 일본 구축함대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5. 전장에 피어나는 인정 

"불침 함장"으로 해군에 명성을 떨치게 된 하라 다메이치 함장이 남 태평양에서 일본으로 전속 명령을 받고 살아 돌아오자 항구의 해군을 상대하는 레스토랑의 나이 든 여주인 (40년 가까운 세월을 해군기지 앞에서 영업을 해온 사람으로 해군 수병이든 해군 제독이든 누구에게나 이름을 부르는 전설적인 인물. 심지어 자신이 젊었을 때 만난 쓰시마 해전의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을 언급하는........) 이 평소와는 다르게 정중히 인사를 하며 자신이 장병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장면에서는 일본과의 악연을 가진 나라에 사는 독자이지만 국적을 넘어 숙연한 감정까지 느껴졌습니다.

6. 지피지기

이 책의 저자인 하라 다메이치는 자신의 적이었던 미국 해군의 장, 단점을 냉정히 분석함과 동시에 일본 해군이 전쟁에서 어떻게 패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자신의 경험과 고위 장교로서 그가 접하게 된 해군 수뇌부들의 언행을 가감없이 제시함으로써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7. 미국이라는 나라의 무서움


1930년대에 이미 일본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오렌지 계획) 치밀하게 준비를 해둔 미 해군.

 

 

전후에도 전쟁 중 적이었던 일본 해군 출신의 저자들이 출판한 전쟁사의 고전들을 꾸준히 번역 (naval institute) 하여 자국의 장교와 연구자,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읽게 하고 있습니다.    

- 과달카날 해전을 다룬 추천도서

 

사 족

일본 해군의 패망에는 1차대전 이후에 해양 강국사이에서 체결된 런던 해군 군축 협정이 그 한 축을 차지 하고 있습니다. 한때 자신들의 수제자였지만 슬금 슬금 아시아의 강자로 부상하는 일본의 해군력을 주저 앉히기 위해 일본에 불리하고 불평등한 협정안을 제시하는 미국과 영국의 압력과 회유에 일본은 자국에 불리한 협정을 체결하고 맙니다. ("어떤" 방법을 통해 사실은 일본의 패를 다 읽고 있었던 포커 플레이어 미국 *^^*)

국내에서 이 협정체결에 엄청난 반대여론이 조성되지만 한 번 체결된 국가간의 협정을 번복할 수 는 없는 일.

군함당 보유 비율을 명시한 협정 내용을 교묘히 회피 하고자 "양보다 질이다"를 외치며 일기 당천의 슈퍼 전함건조 (야마토, 무사시 등) 에 열을 올리지만 결국 수 년사이에 형성된 미국과의 격차와 상대가 가진 엄청난 공업생산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한때 태평양을 지배했던 일본해군 연합함대는 전함 야마토의 격침과 함께 패망하고 맙니다.

공교롭게도 요즘 어떤 나라도 어떤 나라와 "군사"협정을 맺으려 했었지요 ...........


 

Posted by geh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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